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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2)---아모이크니클리
작성자  이석규     등록일  2007.02.20 00:23:14     조회수  1,608     다운로드수  0
***과거 조선일보 민훈기 기자 블로그에 있던 내용입니다.

아모이크니클리.......  

오늘 샌디에고의 하늘은 참 처연하게 푸르다. 
LA보다는 훨씬 시원하고, 샌프란시스코보다는 또 훨씬 따뜻하다. 
어제 팩벨팍에서 야구를 보고 밤 비행기로 돌아가 눈을 붙이고, 아침에 운전을 해서 내려왔다. 

참 바쁘다면 바쁜 삶이기도 하다. 
샌디에고로 내려오는 5번 도로를 남으로, 남으로 질주하다보면 오른쪽으로 시원하게 트인 태평양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걸 보는 즐거움이, 피곤하고 졸린 운전의 지루함을 떨쳐내 준다. 
자연은 얼마나 아름답고 고마운 것인지....... 

남들처럼 열심히 치열하게 산다고 하면서, 때론 진정 삶이란 것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고 뒷전으로 밀어 놓는 경우가 갈수록 빈번해진다. 
요즘 읽다가 놓다가 하는 책이 있는데, 수식어들이 너무 현란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지만, 참 좋은 내용들을 담고 있다. 

'숲의 왕'이라고. 

문체의 현란함이나, 담백함이야 개인 취향이니까 탓할 꺼리는 못되고, 참 열심히 공부해서, 혹은 그 방면으로 정열과 애정이 있어서 박식함을 갖춰 쓴 책이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 
그 책에 보면 '피와 땀과 혼이 배어들지 않은 지식은 진실에 상처를 입힐 뿐'이라는 내용의 글이 나오는데, 적어도 뜨거운 가슴이 담긴 지식으로 쓴 책이라는 느낌에 감사함이 든다. 

멕시코 아즈텍족의 말 중에 '아모이크니클리'라는 단어가 있다고 한다. 
그들을 침입해 무자비하게 살상한 소위 '문명인'들을 칭한 말이란다. 
그런데 그 뜻이 참 가슴 서늘하게 슬프기도 하고, 숙연해지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 형제이기를 거부하는 형제들' 

원수도 적도 아닌, 형제는 형제지만 우리 형제이기를 거부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의 고고한 문명을 쑥대밭으로 만든 백인 문명인들이었다는 뜻이니......... 

오스트레일리아 오지의 원주민들은 현대 문명인들을 '무탄트'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 원래 뜻은 돌연변이. 
돌연변이 유전자나 염색체 변이로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난 현대 사람들이 현대 문명인이라는 의미다. 
원래의 인간은 그런 모습이 아니라는 뜻이 아닐지........ 

사모아 섬 원주민들은 또 '빠빠라기'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하늘을 찢고 나타난 사람들. 
달리 해석하면 하늘의 의지를 거역하고 마음대로 뛰쳐나온 사람들이라는 뜻은 아닐지...... 

불과 얼마전까지도 우린 참 자연을 숭배하며 살았던 것 같다. 
비나 눈은 '오신다'는 표현을 썼었다는 기억이 아스라하다. 
자연 현상에 대해 경어를 썼던 것이 많은데 벌써 이렇게 다 잊었다니..... 
자연의 현상을 두려워하고, 경배의 대상으로 생각했을지언정, 그것을 뒤엎고 마음대로 조정해 보겠다는 만용을 부리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 자연은 인간의 노예처럼 보이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마음대로 부수고, 막고, 메우고, 파내고, 잘라내고, 태워버리고, 뚫고......... 
이젠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엄청난 자연 재해들이 놀랄 일도 아니게됐다. 
어제도 어디선가 발생했고, 오늘도 어디선가 진행중이며, 내일도 또 어디에선가 터져 나올 일이므로. 
사실은 그중 많은 부분들이 자연 재해가 아닌 인재인 것을....... 

난 자연 보호나, 지구 보호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다. 
그러나 미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자동차에 받쳐 무참하게 살해된 동물들의 잔해를 보면서 '인간들이 여기에 이 길을 뚫어놓지 않았더라면 저 놈은 저기 저런 모습으로 시체가 되지는 않았을텐데'하는 
생각은 늘 한다. 

'아모이크니클리'나 '무탄트', 혹은 '빠빠라기'라는 단어들을 사용하던 사람들은 자연에 순응하고,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던 사람들이었다. 
과연 그들이 미개인들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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